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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 이미지는 무엇인가?
2024.04.10 10:43 입력
1990년 초 청량리에 와서 거주하기 시작했고 강산이 3번 변한 세월에 동고동락한 주민으로서 가끔 생각나는 것이 있다. 동대문구로 들어오는 길에는 익숙한 거리 풍경에 안도하면서도 "내가 사는 지역의 이미지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고민을 해본다.
청량리에 산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인들은 과거와 달리 요즘은 청량리역 인근에 들어선 고층 건물과 부동산 상승으로 좋겠다는 부러움의 눈길을 보낸다. 그러면서도 588과 정신병원, 지저분한 재래시장 이야기는 빼놓지 않는다. 수십 년이 지나도 과거 부정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은 단어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모양이다.
동대문구가 자랑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경희대, 서울시립대, 한국외국어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인지도 높은 대학들이 모여 있고, 길 건너 고려대도 있다. 대형 종합병원이 4곳이나 있다. 홍릉수목원에 있는 한국산림과학원, 국방연구원, 본원은 지방으로 이전했지만, 서울캠퍼스처럼 남아있는 카이스트, 전시장, 캠퍼스 등의 이름으로 자리를 비워주지 않고 있는 국책 연구기관들의 모습에서 기득권이 느껴진다.
청량리역세권과 교통 중심지, 전국 한약 관련 사업 중심지인 서울약령시장, 식자재 가성비가 가장 좋다는 경동시장, 중고품 거래 성지인 풍물시장 등 전통시장만 20곳이다. 이문동, 휘경동, 장안동에서 접근이 쉬운 동부간선도로 옆 중랑천 산책 힐링 코스, 용신동과 답십리에서 진입하기 쉬운 청계천 3코스 휴식길, 정릉천과 성북천도 연결되어 있다. 장안동 뚝방길 벚꽃길은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높지 않지만, 경희대 뒷산처럼 보이는 천장산과 촬영소 고개 넘어 배봉산, 선농단과 영휘원 등 역사적 배경도 많다. 세종대왕릉은 여주에 있는데, 예식장 이미지로 전락한 세종대왕기념관도 있다. 법무부 서울보호관찰소도 그대로 남아있다.
그동안 부정적 이미지로 비쳤던 속칭 588자리에는 50~60층 건물들이 바벨탑처럼 우뚝 서 있다. 수십 년 동안 다른 곳으로 이전해 달라고 요구한 청량리정신병원은 환자가 없어 자연스럽게 문을 닫았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상대적으로 늦게 출발한 도시화가 진행 중이다. 도로 양옆으로 빽빽이 들어서고 있는 오피스텔 등 수많은 회색빛 건물이 좁은 도로 폭을 더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고층아파트의 입지는 교통 편의성은 고려하지 않고 들어서는 형국이다.
이렇게 동대문구는 대학교, 교통 중심지, 전통문화 유적지 등이 혼재된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복합적 도시 이미지는 인근 자치구와 차별화를 이루지 못한다. 서대문구가 대학교 숫자가 2배 가까이 많고, 성동구 왕십리가 교통 중심지 인지도 측면에서 더 높고 전철노선도 더 많다.
사대문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도시와 스토리텔링 할 수 있는 곳은 종로구와 중구의 이야기가 더 풍부하다는 평가다. 꽃의 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장미축제는 중랑구가 선점하고 있다. 심지어 시민사회단체마저 성북구 단체들이 더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대문구의 새로운 브랜드 보랏빛 도시인 '퍼플시티', 꽃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구청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동대문구 청사 내 꽃단지, 용두동 녹지대 꽃단지 조성, 도시철도공사 꽃단지 등 가로변에 심는 꽃 종류가 열거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팬지, 샤스타데이지, 프리뮬라, 임파첸스, 베고니아, 페츄니아, 사피니아, 중추국, 쿠숀맘, 메리골드, 제라늄, 코리우스, 사루비아 등 외국에서 들어온 식물이 대부분이다. 열악한 도시 거리 환경에 적응하는 꽃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보랏빛 도시 색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퍼플시티에 부합한 보랏빛 꽃의 도시를 위해서는 도라지, 아스타 국화, 자목련, 라벤더, 꿀풀 등 보라색 꽃을 피우는 식물로 교체하고 가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꽃의 도시, 동대문구 이미지는 어떨지 싶다.
행정학 박사 양세훈
(한신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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