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는 2023년 2월 '동대문구 2050 탄소중립도시 선포식'을 개최했다. 탄소중립도시란 대기 중에 배출·방출 또는 누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에서 온실가스 흡수의 양을 상쇄한 순 배출량이 영(零)이 되는 상태의 도시를 말한다. 동년 3월에는 500페이지에 달하는 '동대문구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33)을 발표했다. 이 자료를 토대로 동대문구는 꽃의 도시를 실천 중이다. 8월에는 국민대학교 내에 '동대문구 탄소중립 지원센터'를 개설했다. 12월에는 이브자리와 함께 동대문구 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2024년 동대문구는 '5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특화된 사업을 진행한다. 제2권역(전농·답십리)을 중심으로 탄소중립 미래도시를 실행할 계획이다. 배봉산 인공폭포 조성을 비롯해 꽃의 도시 2단계 사업 지속 추진, 동대문형 탄소중립 플랫폼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동대문구 사회적경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의거 설립된 '동대문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24년부터는 '동대문구ESG경제지원센터'로 변경했다.
환경 관련 조례의 제정과 각종 지원센터의 활동 등 언론발표 자료만 보면 동대문구의 탄소중립 실천 관련 행정의 활동 노력과 결과는 '장밋빛'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관심 있게 살펴보면 구체적이지 못한 얼개로 구성된 형식주의가 느껴진다.
첫째, '동대문구 에너지 조례' 제9조에 따른 에너지위원회, '동대문구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조례' 제11조에 따른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기능 수행에 관한 사항은 '동대문구 환경 기본조례' 제21조의 위원회 기능에서 수행하고 있다. 국가 정책 및 서울시 정책에 부합하려는 노력으로 조례를 제정했지만, 핵심적 역할을 하는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은 타 조례에 의존하고 있다. 관련 전문가 부재이거나 문서주의의 한계처럼 보인다.
둘째, 서울시 자치구 중 최초로 환경부 '탄소중립 지원센터 운영 공모사업'에 선정된 동대문구 탄소중립 지원센터는 국민대학교 산학협력단이 2026년 12월 말까지 운영하게 되었다. 탄소중립 관련 연구하는 서울시립대를 비롯해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등 관내 대학은 뒤로 하고 저 멀리 국민대학교 공학관 앞마당에서 지원센터 개소식을 하였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거라 추측은 되지만 평소 유명 대학이 많은 동대문구를 자랑했던 행정의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셋째, 동대문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동대문구ESG경제지원센터로 변경된 센터의 기능과 역할의 적합 여부다. 기존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 정부의 사회적일자리 창출 사업의 정부 보조금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협동조합은 새로운 법인격 부여 정책으로 이질감이 있었다. ESG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다국적 기업에 납품하거나 외국 수출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투자 유치하기 위한 경영 방식이다. 소규모 내수 거래를 하는 사회적경제기업에게는 먼 이야기다. 사전 준비를 하는 자세까지 비난할 수 없지만 올해부터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의 신규 선정이 사라진 현실에서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동대문구ESG경제지원센터로 명칭이 변경됐지만, 사업 내용을 보면 ESG 관련 교육이 추가되었을 뿐 기존 방식 그대로다. 동대문구ESG경제지원센터는 관내 중소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컨설팅과 교육 등을 할 수 있는 인적 역량이 필요하고 그러한 규모여야 한다. 과거 사회적경제가 무엇인지 구분하지 못해 실패했던 현실이 ESG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학습 없이 기존 사회적경제 시즌2로 인식하고 진행되는 악순환의 반복이 우려스럽다. 사업의 일부 내용이 비슷하다 해서 오해하고 쉽게 판단하는 행정과 현장의 모습은 그린워싱(Green washing)의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린워싱은 '위장환경주의' 또는 '친환경 위장술'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는 실제로 기업이나 행정이 친환경적이지도 않고, 역으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광고 등을 통해 친환경인 것처럼 속여 홍보하고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동대문구의 탄소중립과 ESG 실천을 위한 노력의 진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2024년 환경부의 탄소중립 지원센터 운영 사업에 선정된 노원구의 5개 팀으로 구성된 '탄소중립추진단', 100여 명이 참여하는 '탄소중립 2050 구민회의' 등을 참고하라. 동대문구의 탄소중립에 대해 실천적인 행정의 진정성과 적극성이 필요한 시기다.